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허스토리, 올해 다시 떠오른 역사영화 (진실, 용기, 일본재판)

by funny8 2025. 12. 21.
반응형

허스토리 포스터 사진

2018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한동안 조용했지만, 2024년 들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진실을 향한 여성들의 투쟁과 연대, 그리고 일본 법정을 무대로 한 실존 재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제 이 영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여전히 현재를 관통하는 목소리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진실을 기록하는 영화, 허스토리의 서사

‘허스토리’는 1990년대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벌어진 실화에 기반을 둡니다.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 시모노세키 재판은, 아시아 최초의 전시 성범죄 관련 민사 소송으로 기록됩니다. 영화는 이 거대한 투쟁의 역사를, 거창한 영웅서사가 아닌 한 명 한 명의 여성들의 ‘말하기’와 ‘기억’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실제 인물 김문옥 대표를 모델로 한 문정숙(김희애 분)이 있습니다. 그는 단순한 사업가였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돈과 시간, 감정을 내던지며 재판을 이끄는 역할을 자처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한 여성의 변화뿐 아니라, 침묵 속에 있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순간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진실을 단지 고발하거나 분노로 치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스토리는 치밀하게 기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인간적 상처와 감정을 놓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한 문장, 한 단어로 요약되지 않고, 오히려 침묵 속에 더 크게 울리는 진실로 다가옵니다.

오늘날 다시 이 영화가 주목받는 것은, 단지 역사적 사실 때문만이 아닙니다. 진실을 밝혀도 외면하는 사회, 말해도 듣지 않는 국가,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 앞에서 “그래도 말하는 것이 옳다”는 믿음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허스토리는 그 믿음의 서사입니다.

2. 여성의 용기와 연대, 침묵을 깨다

허스토리는 단순히 고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를 담아낸 방식에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재판에 나서기까지, 그들의 삶은 침묵과 상처로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피해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연대가 꼭 ‘운동가’나 ‘정치적 의식’이 높은 인물들만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문정숙은 자수성가한 여성 기업인일 뿐이었고, 법률팀을 도운 이들도 대부분 자원봉사자 혹은 생활 속에서 다른 역할을 가진 여성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연대는 피해자와 조력자라는 이분법을 넘어, 공감과 존중 속에서 형성된 인간적 관계였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그 장면들은 극적인 연출 없이 담담하게 전개되지만, 그 어떤 법정 드라마보다도 강렬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증언 속에서, 관객은 오히려 더 큰 울분과 연민, 그리고 존경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법정에 선 그들이 수치심을 넘어서 진실을 말하는 순간은, 단지 개인의 용기를 넘어 집단적 침묵을 깨는 역사적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점에서 허스토리는 여성들이 역사의 주체로 서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며,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2024년, 이 영화가 다시 회자되는 것은 결국 여성 연대의 가치를 다시금 조명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3. 일본 재판 실화, 국가를 상대로 한 작은 시민의 싸움

‘허스토리’의 중요한 배경은 일본 시모노세키 재판입니다. 한국의 민간인들이 일본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이 과정은, 정치, 외교, 사회적으로 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영화는 이 법정 싸움을 단순한 승패의 관점이 아니라, 존엄성과 기억의 차원에서 다루는 데 집중합니다.

법정 장면에서는 일본 측의 냉담한 반응, 반복되는 기각, 정부의 무대응 등이 등장하며, 피해자들의 인간적인 좌절과 분노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법정은, 비록 판결로는 모든 걸 바꾸지 못해도, 기록의 공간, 목소리의 장소, 역사의 증거로 남는 무대가 됩니다.

특히 일본이라는 공간에서 한국 여성들이 벌인 이 재판은, 한 개인의 싸움이 어떻게 국제적 의미로 확장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영화는 정치적 프레임을 앞세우기보다, 시민 한 명 한 명의 존재와 권리를 중심에 둠으로써, 더 보편적인 감동과 메시지를 전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개인이 거대한 권력과 싸워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허스토리는 바로 그 싸움이 얼마나 고독하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싸움인지를 말해주는 영화입니다. 법정이 끝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정 투쟁을 중심으로, 진실, 용기, 정의, 연대라는 가치를 강하게 전하는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에게 행동의 의미와 기억의 중요성을 묻는 이 작품은, 2024년 지금 다시 봐야 할 한국 역사영화의 수작입니다. 정의를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이 영화는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반응형